[데스크칼럼] 설악권은 왜 늘 변방이어야 하나

춘천·원주 중심 정치지형 속, 속초·고성·양양·인제가 살아남는 길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5/22 [14:39]

[데스크칼럼] 설악권은 왜 늘 변방이어야 하나

춘천·원주 중심 정치지형 속, 속초·고성·양양·인제가 살아남는 길

전우호 | 입력 : 2026/05/22 [14:39]

강원도의 선거는 늘 춘천과 원주에서 시작해 춘천과 원주에서 끝난다. 이번 6·3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 도지사 후보 모두 공식 선거운동 첫 동선을 춘천과 원주로 잡았고, 정치권은 “강원 유권자의 43%가 몰려 있는 승부처”라는 숫자를 앞세워 두 도시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물론 정치공학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표가 많은 곳을 우선 공략하는 것은 선거의 본능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결과다. 강원도 북동부의 속초·고성·양양·인제, 이른바 설악권은 선거 때마다 “나중에 들르는 지역”, “사진 한 장 찍고 가는 지역”으로 밀려난다. 도정의 우선순위에서도, 국가 정책에서도, 예산 배분에서도 설악권은 늘 후순위였다.

 

 

결국 설악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조가 나온다. “강원도 안의 변방도 결국 우리다.”

 

실제로 설악권은 강원도의 미래 전략에서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동해안 관광벨트, 접경지역 안보 가치, 북방 물류 가능성, 산림·환경 자산까지 갖춘 곳이다. 하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늘 약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구가 적고, 선거구가 작고, 정치적 결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설악권 스스로도 “원래 우리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패배주의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중앙정당 눈치를 보고, 주민들은 개발 공약 몇 개에 만족하며, 지방정부는 독자적인 지역 비전을 만들기보다 도청과 중앙정부 예산을 기다리는 구조가 굳어졌다.

 

그러는 사이 춘천은 행정수도 기능을 강화하고, 원주는 의료·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반면 설악권은 관광 의존 경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관광객은 몰려오지만 청년은 떠나고,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만 지역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고속도로와 철도가 연결돼도 정작 지역 산업 생태계는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바로 그 구조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여야 모두 “춘천·원주 승부”만 이야기할 뿐 설악권 미래 전략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동해북부선 철도, 설악권 의료 인프라, 산림·기후산업 육성, 접경지 규제 완화 같은 핵심 의제는 선거판 중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설악권이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소외됐다”는 푸념만으로는 달라질 것이 없다.

 

첫째, 설악권 공동 정치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속초·고성·양양·인제가 각자도생 식으로 움직여서는 중앙 정치권의 관심을 얻기 어렵다. 광역 관광권, 의료권, 교통권, 산업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공동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설악권 특별발전 전략” 같은 공동 플랫폼이 필요하다.

 

둘째, 관광도시 이미지를 넘어 미래산업 거점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산림·친환경에너지·웰니스 산업 같은 설악권 특화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지역은 결국 계절경제에 갇힌다. 수도권 관광객 소비에만 기대는 구조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

 

셋째, 정치인들도 이제는 중앙당의 하청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현안을 중앙정치 논리의 부속품처럼 소비하는 순간 설악권은 영원히 주변부로 남는다. 지역 정치인이 중앙당 간판보다 지역 비전을 먼저 말할 때 비로소 존재감도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인식 변화다. 설악권은 더 이상 “인구 적은 관광지”가 아니다. 강원도의 환경과 안보, 관광과 미래산업을 동시에 품은 전략적 공간이다. 그런데도 정치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 정치 전체의 상상력 빈곤이다.

 

선거철마다 표 많은 도시만 바라보는 정치. 그 속에서 설악권은 또다시 조용히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설악권은 앞으로도 계속 변방으로 남을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정치권이 아니라, 설악권 스스로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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