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선보다 못한 속초의 월급봉투…관광도시의 역설을 풀어야 한다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8/06 [16:54]

[데스크칼럼] 정선보다 못한 속초의 월급봉투…관광도시의 역설을 풀어야 한다

전우호 | 입력 : 2026/08/06 [16:54]

속초는 강원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설악산과 동해, 항구와 해변, 사계절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연간 수백만 명이 찾고, 숙박과 음식, 관광 소비도 활발하다. 겉으로만 보면 속초는 강원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도는 도시 가운데 하나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국세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평균 급여 1위는 정선으로 4,549만 원이다. 춘천과 삼척도 4,200만 원을 웃돈다. 반면 속초는 관광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평균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돈을 쓰는데도 시민들의 월급봉투는 두툼해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광도시의 역설'이다.

 

정선은 강원랜드라는 고임금 공기업이 있다. 삼척은 대기업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 춘천은 공공기관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고급 일자리가 많다. 반면 속초는 관광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관광산업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는 크지만 숙박·음식·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시민의 소득은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정책은 지역경제의 절반만 성공한 정책이다. 진짜 성공은 관광객이 쓰는 돈이 시민의 소득으로 연결될 때 완성된다.

 

속초는 이제 관광객 수를 자랑하는 도시에서 시민의 소득을 자랑하는 도시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관광의 질을 높여야 한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인당 소비를 높이는 것이다. 하루 머물다 가는 관광보다 이틀, 사흘 체류하는 관광이 지역경제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체류형 관광 콘텐츠와 프리미엄 숙박, 고급 미식, 문화예술 콘텐츠를 확대해 소비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

 

둘째, 관광과 연계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단순히 숙박과 음식점만 늘려서는 평균임금은 오르기 어렵다. 관광 콘텐츠 기획, 디지털 마케팅, 국제회의와 전시, 해양레저 산업, 웰니스 산업, 바이오와 헬스케어, 관광 플랫폼 기업 등 전문성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도시가 되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기업 유치 전략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정선이 강원랜드를 통해 지역경제의 중심축을 세웠듯이 속초도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하다.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고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등 교통 여건이 달라질 미래를 고려하면 관광산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해양바이오, 수산식품 가공, 친환경 물류, 디지털 서비스 기업 등을 유치하는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넷째,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야 임금도 오른다.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전국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행정과 금융, 마케팅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다섯째,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고급 일자리는 결국 고급 인재를 따라온다. 청년들이 원하는 교육과 창업 환경, 주거와 문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우수한 인재는 수도권으로 떠난다.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도시는 기업도 붙잡지 못한다.

 

속초는 지금까지 '관광객이 얼마나 왔는가'를 중요한 성과지표로 삼아왔다. 이제는 '시민의 평균소득이 얼마나 올랐는가'를 행정의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관광객이 많다는 사실보다 시민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가 훨씬 중요한 시대다.

 

관광도시는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충분한 소득을 누릴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는다. 정선보다 평균임금이 낮다는 통계는 속초를 부끄럽게 만들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전략을 세우라는 경고장이다.

 

속초는 잠재력이 충분한 도시다. 동해안 최고의 관광자원과 뛰어난 자연환경, 미래 교통망 확충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광객 수 경쟁에서 벗어나 시민소득 경쟁으로 시정의 방향을 전환하는 일이다.

 

속초의 미래는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월급봉투가 말해줄 것이다. 시민의 소득이 오르는 도시야말로 가장 성공한 도시이며, 그 목표를 향한 과감한 산업전략과 치밀한 실행이 지금 속초시에 가장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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