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한낮 더위가 시작되면 설악권의 진정한 마니아들은 바다 대신 깊은 숲으로 향합니다. 특히 양양과 홍천을 잇는 '구룡령 옛길'은 이맘때가 되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초록빛 커튼을 드리우며 최고의 트레킹 시즌을 맞이합니다.
![]() ▲ 사진: AI 생성 이미지 |
🐉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을 따라 걷는 길
'아홉 마리 용이 구불구불 넘어가던 고개'라는 뜻을 가진 구룡령은 해발 1,000m의 높은 고갯길입니다. 그 덕분에 도심보다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낮아 한여름에도 선선한 산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죠.
이 길은 옛날 영동과 영서의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희망을 품고 넘던 등용문이기도 했습니다. 숲길 곳곳에 남아 있는 옛 민초들의 숯가마터와 숨겨진 역사적 자취들은 이곳을 단순한 등산로가 아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시간 여행의 길'로 만들어 줍니다.
🪵 난이도는 낮게, 감동은 깊게! '70% 내리막'의 마법
트레킹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구룡령 옛길의 가장 큰 매력은 구룡령 정상 휴게소에서 시작해 갈천리 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할 경우, 전체 구간의 약 70%가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약 2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피톤치드 향이 머리끝까지 맑게 깨워줍니다. 문명의 소음을 모두 끄고, 오직 내 발걸음 소리와 투명한 새소리에만 집중하는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의 순간입니다.
🌱 발밑에서 피어나는 6월의 푸른 생명력
하늘을 가득 메운 신록의 나뭇잎 지붕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바위와 고목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푸른 이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가운 계곡물 주위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초여름 야생화들은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나만의 비밀 정원이 되어주죠.
화려한 인공 미는 없지만, 자연이 스스로 가꿔온 천년의 기개가 가득한 길. 이번 주말에는 남들이 다 가는 번잡한 해변을 벗어나, 양양 구룡령의 깊은 초록빛 품속에서 진짜 숨통이 트이는 완벽한 슬로우 주말을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