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플레이] "오전 6시, 바다가 열리는 시간" 동해안 해녀들의 초여름 물질과 성게 한 접시

전서연 (jeoncc34@gmail.com) | 기사입력 2026/06/02 [12:25]

[설악플레이] "오전 6시, 바다가 열리는 시간" 동해안 해녀들의 초여름 물질과 성게 한 접시

전서연 | 입력 : 2026/06/02 [12:25]

남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이제 막 하루를 준비하는 오전 6시. 속초 장사항의 아침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선선한 초여름 아침 공기를 뚫고, 주황색 테왁을 메고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설악 바다의 터줏대감, 동해안 해녀들입니다.

 

 

☀️ 윤슬을 가르는 ‘숨비소리’, 6월 바다의 시작

6월의 동해 바다는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 윤슬로 찬란하게 부서집니다. 수면 위로 주황색 테왁들이 점점이 떠오르고, 이내 "호오이-" 하는 해녀들의 맑은 숨비소리가 파도 소리 사이를 파고듭니다.

 

제주 해녀와 달리 거친 동해의 깊은 수심과 싸워야 하는 동해 해녀들의 물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수온은 아직 차갑지만, 지금 바닷속은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보물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6월에 알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보랏빛 '성게'입니다.

 

🥄 바다에서 식탁까지 딱 10초, 진짜 로컬의 맛

장사항 해변 한쪽에 놓인 투박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해녀들이 갓 건져 올린 성게를 마주합니다. 칼끝으로 껍질을 툭 쪼개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단단한 가시 껍질 속에 숨어있던 진한 황금빛(오렌지빛) 성게알(우니)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죠.

 

화려한 양념이나 조리 과정은 필요 없습니다. 숟가락으로 슥 긁어 입안에 넣는 순간, 첫맛은 쌉싸름하면서도 이내 동해 바다의 싱그러운 향과 함께 크림처럼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휘몰아칩니다. 바다에서 내 식탁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 냉동 성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완벽한 6월의 미식입니다.

 

⚓ 포장마차 의자 위에서 만나는 초여름의 낭만

세련된 파인다이닝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연이 차려준 정직한 식탁이 더 큰 위로를 줍니다. 파도 소리를 반찬 삼아, 해녀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사투리를 배경음악 삼아 즐기는 성게 한 접시와 시원한 로컬 음료 한 잔.

 

올여름, 남들과 똑같은 뻔한 관광지에 지쳤다면 조금만 서둘러 장사항의 아침을 맞이해 보세요. 활기찬 해녀들의 에너지가 당신의 무기력했던 초여름 아침을 깨우고, 잊지 못할 동해의 깊은 맛을 선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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