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은 누구의 것인가.
정답은 명확하다. 특정 상인의 것도, 특정 업주의 것도 아니다. 계곡과 하천은 국민 모두의 공유자산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도 사유물처럼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여름철이면 강원도 곳곳의 계곡은 사실상 불법 점유와 무허가 영업의 각축장이 된다. 평상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지고 냉장고와 취사시설이 들어선다. 심지어 계곡에 발을 담그기 위해서도 평상 사용료를 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이번에 강원도와 시·군의 점검에서 무려 6,300여 건의 하천·계곡 불법행위가 적발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숫자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미 오랫동안 반복돼 온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속초·고성·양양·인제 등 설악권 계곡은 여름철마다 불법 평상 영업과 무단 시설물 설치, 무허가 상행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계곡 입구부터 평상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피서객들은 마치 사설 휴양지에 들어가는 것처럼 이용료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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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자연이 사실상 특정 업주들의 영업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단속을 비웃듯 반복된다는 데 있다.
기사에서도 드러났듯 일부 업주들은 행정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적발되더라도 이의신청과 행정절차를 거치는 동안 한철 장사를 끝낸다. 그리고 행정대집행이 임박하면 슬그머니 철거한다.
다음 해가 되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
불법 수익은 챙기고 처벌은 피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의 단속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매년 단속하고 매년 적발하는데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속의 실효성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과태료보다 영업수익이 많다면 업주 입장에서는 불법이 아니라 '남는 장사'가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하천과 계곡 불법 점용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설악권도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
속초·고성·양양·인제의 주요 계곡을 전수조사하고 불법 시설물은 즉각 철거해야 한다. 자진 철거를 기다리며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상습 위반자에 대해서는 강제 행정대집행과 형사고발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업주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불법 영업 수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과태료 몇 푼 내고 수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얻는 구조에서는 어떤 단속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지역사회 역시 솔직해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불법 영업을 묵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불법은 결코 지역경제가 될 수 없다. 법을 지키며 영업하는 업소와 불법 점용을 통해 이익을 얻는 업소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결국 선량한 상인만 피해를 본다.
더욱이 계곡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자산이다.
평상과 천막, 취사시설, 쓰레기와 오폐수가 난립하는 계곡이 과연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일 수 있을까. 자연을 훼손하면서 얻는 단기적 수익은 결국 지역 관광의 경쟁력마저 갉아먹는다.
설악권은 강원 관광의 심장이다.
설악산과 동해, 맑은 계곡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설악권을 찾는 이유다. 그런데 계곡마다 불법 시설물이 난립하고 바가지요금 논란이 반복된다면 관광객들의 발길은 결국 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6,300건 적발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강원도 하천과 계곡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속초·고성·양양·인제를 비롯한 설악권 지자체들은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보여주기식 단속이나 일시적 정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십 년 동안 반복돼 온 불법 점용과 무허가 영업의 고리를 이번에야말로 끊어내야 한다.
계곡은 특정인의 영업장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연이다.
그 당연한 원칙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이번 단속의 진정한 목적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