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생명이다.
특히 속초를 비롯한 강원 영동권 주민들에게 지방의료원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취약계층의 건강을 지키며, 민간의료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그런데 그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속초의료원이 또다시 임금 체불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은 단순한 경영난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공공의료 체계 전체가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경고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속초의료원의 임금 체불은 이미 2024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강원도의 긴급 융자를 통해 가까스로 체불임금을 지급했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임금 지급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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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응급처치만 반복할 뿐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떤 이유로도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체불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 직원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원들은 지역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그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사기 저하는 물론 우수 인력의 이탈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공공병원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임금이 불안정하면 의료진은 떠나고, 의료진이 떠나면 진료 기능이 약화된다. 진료 기능이 약화되면 환자가 줄고, 환자가 줄면 경영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강원도와 새 도정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임금 체불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매달 월급날을 걱정하는 병원에서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최소한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임금 걱정 없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임금 지급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방의료원들은 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긴급 지원과 융자에 의존해 연명해 왔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은 한계에 도달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 대책이다.
왜 환자가 늘어도 적자가 발생하는지, 왜 의사 확보가 어려운지, 왜 의료인건비 부담이 반복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공공의료 수행에 따른 적자를 어느 수준까지 공공재정이 책임질 것인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특히 지방의료원에만 공공의료 역할을 요구하면서 민간병원과 같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다. 응급의료와 감염병 대응, 취약계층 진료는 수익보다 공공성이 우선되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비용 역시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 9기 강원도정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재정난으로 봐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운영 시스템 구축이다. 응급실 의사 확보 대책, 필수의료 인력 지원, 지방의료원 재정 안정화 방안, 경영 혁신 계획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매달 임금 체불을 걱정하는 의료진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는 없다. 공공병원 종사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어야 주민들도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임금 체불 문제는 노동 문제이면서 동시에 주민 복지 문제다.
직원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병원에서 지역 주민의 건강권 역시 보장될 수 없다. 공공의료를 살리고 지역의료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임금 체불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다.
이제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