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순, 고성군 간성읍 어천리 마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눈앞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6월 10일 본격적인 '2026 고성 라벤더 축제' 개막을 앞두고, 끝없이 펼쳐진 언덕들이 이미 연보랏빛 봉오리를 터트리며 향기를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구 감소와 침체를 겪던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 5월 말부터 밀려드는 얼리버드 관광객들로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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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작물이 유통·제조업으로… '향기'를 자본화하다
고성 라벤더 경제의 핵심은 단순히 입장료를 받고 꽃을 보여주는 '관광업'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5월 하순은 농장과 지역 가공 공장들이 일 년 중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다. 수확한 라벤더를 증류하여 고부가가치 에센셜 오일과 화장품 원료로 추출하는 '제조 인프라'가 지역 내에 완벽히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장 관계자는 "5월 말부터 추출 작업에 들어가는 오일과 하이드로솔(증류액)은 전국 대형 유통망과 뷰티 브랜드로 납품된다"며, "원물 형태로 판매할 때보다 가공을 거치면 최소 8배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며, 비수기 없이 상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벤더 아이스크림, 라벤더 미스트 등 시그니처 굿즈 매출 역시 5월 하순부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마을 전체가 주식회사… 소멸 위기 극복한 '로컬 융복합 생태계'
라벤더가 만들어낸 경제 효과는 농장 울타리를 넘어 고성군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단순한 가이드나 주차 요원이 아닌, '로컬 크리에이터'이자 공급 주체로 참여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감자와 산나물을 축제장 푸드존과 연계하고, 인근 민박과 식당들이 '보라색 테마 메뉴'를 개발해 손님을 맞이한다.
덕분에 5월 하순 고성 지역의 숙박업소와 외식업 매출은 강원도 평균 대비 20%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산으로 삼아 마을 전체가 하나의 웰니스 비즈니스 모델로 기능하는 6차 산업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농가 소득의 ‘획기적 다각화’ vs '단기 인파 몰림'에 따른 교통 인프라 한계
지역 농민들과 청년 창업가들은 5월 하순부터 6월 말까지 이어지는 '라벤더 특수'가 지역을 살리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입을 모은다. 특히 고령화된 농촌에서 고부가가치 향기 산업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다만, 좁은 산골 마을 도로망 특성상 5월 말부터 차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교통 정체와 주차 공간 부족 문제는 지자체와 농가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고성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셔틀버스 운행 편수를 대폭 늘리고 대형 임시 주차장을 확충했다.
고성의 보랏빛 향기, 대한민국 '웰니스 자본'의 중심이 되다
그동안 대한민국 농업은 기후 변화와 수입산 농산물의 공세 속에 늘 위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고성 라벤더 축제가 보여준 '농업 뷰티'의 가능성은 훌륭한 돌파구를 제시한다. 땅에서 자라는 작물에 '경관'과 '향기', 그리고 '스토리'를 입혀 하나의 거대한 문화 자본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5월 하순의 따스한 햇살 아래 넘실거리는 보라색 물결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고성 주민들의 다정하고도 강력한 경제적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