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선거 때만 머리 숙이는 사람 말고, 당선 뒤에도 주민을 떠받들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5/28 [18:28]

[데스크칼럼] 선거 때만 머리 숙이는 사람 말고, 당선 뒤에도 주민을 떠받들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전우호 | 입력 : 2026/05/28 [18:28]

설악권 선거판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후보들은 연신 허리를 숙인다. “군민만 바라보겠습니다”, “시민이 주인입니다”, “낮은 자세로 섬기겠습니다”라는 말이 거리마다 넘친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진짜 봐야 할 것은 선거운동 기간의 고개 각도가 아니다. 당선 이후에도 그 자세가 유지될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한 칼럼에서 소개된 배우 유승목의 수상 소감은 많은 생각을 남긴다.

 

“이 상 받았다고 건방 안 떨 테니 계속 불러주십시오.”

 

짧은 말이지만 울림은 컸다.

상을 받은 순간조차 스스로를 먼저 경계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사실 권력이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인정받는 순간 변하기 쉽다. 특히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은 더 그렇다. 이름 앞에 직함이 붙고, 의전이 생기고,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 순간 자신을 단속하지 못하면 권력은 봉사가 아니라 특권으로 변질되기 쉽다.

 



설악권 주민들도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선거 때는 누구보다 친절했던 후보가 당선 뒤에는 전화 한 통 받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모습을 말이다. 선거철에는 시장 골목에서 악수하던 사람이 임기 시작 후에는 비서실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존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주민들이 정말 눈여겨봐야 할 것은 거창한 공약집보다 후보의 태도다.

불편한 질문 앞에서 표정이 굳는 사람인지, 반대 의견을 끝까지 듣는 사람인지, 주민 민원을 귀찮은 소음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는지를 봐야 한다.

 

특히 설악권은 더욱 그렇다.

속초·고성·양양·인제의 지방행정은 주민 삶과 너무나 가까이 붙어 있다. 관광개발, 케이블카, 군사규제, 산불대책, 어업문제, 교통, 의료, 농촌 고령화까지 하나같이 주민 생계와 직결된 문제들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태도 하나에 주민 삶의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일부 후보들의 언어와 행동에서는 벌써부터 오만의 그림자가 엿보이기도 한다. 상대를 향한 조롱, 주민 위에 선 듯한 태도, 당 공천만 믿고 지역 민심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 말이다.

건방은 꼭 큰소리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더 무서운 건 점잖은 오만이다. 주민 앞에서는 웃지만 실제로는 주민을 통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다. 현장 사진만 찍고 떠나는 사람, 민원을 “검토하겠다”는 말로만 넘기는 사람, 반대 주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방해물처럼 바라보는 사람에게 지방권력은 위험할 수 있다.

 

설악권 주민들은 이제 너무 잘 안다.

정당 간판 하나로 지역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주민 말을 듣는 사람인지, 군청과 시청을 주민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행정기관으로 바라보는 사람인지가 핵심이었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단순히 “누가 이길 것인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가져도 변하지 않을 사람인가”를 봐야 한다.

 

진짜 좋은 정치인은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권력을 가져도 자신을 높이지 않는 사람이다.

 

선거운동 기간의 겸손은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 민원을 만났을 때의 표정,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왔을 때의 태도, 힘없는 주민을 대하는 말투에서는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 임기 내내 반복될 가능성이 가장 큰 장면도 바로 그 순간들이다.

설악권 주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꼭 기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저 사람은 당선 뒤에도 주민을 하늘처럼 떠받들 사람인가.”

 

당선증은 훈장이 아니다.

주민이 잠시 맡긴 권한의 증서일 뿐이다. 그 사실을 끝까지 잊지 않는 사람만이 지방자치를 제대로 이끌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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