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책은 권했고, 책임은 농민에게 돌렸다”

인제 태양광 피해 사태,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5/26 [16:20]

[데스크칼럼] “정책은 권했고, 책임은 농민에게 돌렸다”

인제 태양광 피해 사태,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전우호 | 입력 : 2026/05/26 [16:20]

강원도 인제에서 태양광 사업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이 결국 집단 대응에 나섰다. ‘태양광사업 피해농민 인제군민대책위원회’의 결성은 단순한 지역 민원의 시작이 아니다. 이것은 국가 정책을 믿고 따랐던 농민들이 “왜 우리만 범죄자가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 절박한 외침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명확하다. 정부가 장려한 정책을 믿고 생계를 걸었던 농민들에게, 정권이 바뀌자 갑자기 불법의 낙인이 찍혔다는 데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태양광 사업 구조 자체가 전문성이 부족한 농민들을 시공업체와 금융 구조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놓고, 뒤늦게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에너지 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대부분 평생 농사만 짓던 이들이다. 정부는 “농촌 소득 다변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우며 농민들을 태양광 사업으로 이끌었다. 당시 행정기관과 공기업, 금융기관, 시공업체까지 모두가 참여해 사업을 독려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사비 부풀리기, 대출 구조 문제, 보조금 부정 여부 등을 이유로 농민들을 조사하고 검찰에 넘긴다면, 이는 사실상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가장 약한 고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물론 불법이 있었다면 가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처벌이 아니라 ‘책임 구조의 구분’이다. 실제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수익을 챙긴 업체와 브로커, 제도 허점을 방치한 행정기관, 그리고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금융 시스템의 책임부터 따져야 한다. 단순히 정책 설명을 듣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농민들까지 일괄적으로 범죄화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에 가깝다.

 

특히 인제처럼 고령 농업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대출 상환 압박과 형사 절차는 농민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무너뜨린다. 이미 일부 주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 농사 포기 위기까지 호소하고 있다. 국가 정책을 믿었다는 이유로 삶의 기반을 잃게 만드는 사회라면, 앞으로 어떤 국민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 차원의 전수 재조사와 피해 유형 분류다.

실제 기획 사기와 단순 행정 미비, 정보 부족에 따른 피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농민들이 어떤 설명을 들었고 어떤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는지 국가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둘째, ‘선의의 참여 농민 보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유도에 따라 참여했고 고의성이 없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보다 행정 구제와 금융 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리 대출 일괄 회수와 같은 조치는 지역 경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셋째, 특별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대책위가 요구한 ‘태양광 피해 주민 구제 특별법’은 단순한 면죄법이 아니다. 정책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피해를 국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과거 산업 구조조정이나 공공개발 과정에서도 국가 책임에 따른 특별 구제는 존재했다. 재생에너지 정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인제 사태는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농촌 곳곳에서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책의 실패 비용을 농민에게만 떠넘기는 방식이라면, 대한민국의 어떤 미래 산업 정책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농민들은 지금 묻고 있다.

 

“정부 말을 믿은 죄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가.”

국가는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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