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멈춰선 북방항로, 속초항은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5/14 [14:36]

[데스크칼럼] 멈춰선 북방항로, 속초항은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전우호 | 입력 : 2026/05/14 [14:36]

속초항을 오가던 북방항로가 다시 멈춰 섰다.

속초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던 카페리 운항이 고유가와 국제정세 불안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지 못하고 중단된 것이다. 어렵게 되살린 항로가 또다시 멈춰선 현실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악재”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속초항의 구조적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진짜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속초항 북방항로는 늘 불안정했다.

2000년 첫 개설 이후에도 선사 경영난과 외부 변수로 운항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이번 역시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라는 외부 요인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항로 운영 기반이 아직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현실도 숨어 있다.

 

그럼에도 속초항이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했다.

지난해 8월 취항 이후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000명 이상이 항로를 이용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러시아 관광객 유입도 지역 상권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즉, 속초항은 잠재력이 없는 항만이 아니라 아직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항만에 가깝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속초항이 단순히 “배 한 척 들어오는 관광항” 수준에 머물러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정세와 유가, 환율 변화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초항 활성화는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속초항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속초항은 단순 여객항만이 아니라 환동해권 해양관광과 물류를 연결하는 전략 거점으로 육성돼야 한다. 강원 동해안의 풍부한 관광 자원과 북방경제 잠재력을 연결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크루즈 산업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속초는 설악산과 동해안 관광벨트, DMZ 평화관광, 양양국제공항까지 연계 가능한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일본·러시아·동북아를 연결하는 국제 관광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를 위해선 단순 항만 운영을 넘어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크루즈 승객들이 잠시 들렀다 떠나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에서 소비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숙박·쇼핑·문화 콘텐츠를 함께 키워야 한다.

 

화물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현재 속초항 화물 물동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항로 중단이 장기화되면 화주들은 곧바로 동해항 등 다른 항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떠난 물류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와 정부는 선사 지원과 물류 인센티브, 항만 이용 비용 완화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유류비 급등에 따른 긴급 지원책도 현실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만 운영의 안정성이다.

속초항은 지금까지 특정 선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앞으로는 다양한 국제 항로와 복수 선사 체계를 구축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그래야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항만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국제여객터미널을 직접 매입하며 항만 활성화에 나선 점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개발이 아니라 실제 운영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속초항은 단순한 지역 항만이 아니다.

강원 북부권 경제와 관광, 환동해 미래 전략이 걸린 중요한 거점이다.

 

바다는 늘 열려 있지만 항만은 준비된 도시만 살아남는다.

지금 속초항에 필요한 것은 일시적 위기 대응이 아니라 장기 비전이다.

 

멈춰선 북방항로를 다시 살리는 일은 단순히 배를 띄우는 문제가 아니다.

속초의 미래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과 직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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