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설악의 골목으로 흐르게 하라

지원금이 ‘관광지 소비’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4/29 [13:53]

[데스크칼럼] 설악의 골목으로 흐르게 하라

지원금이 ‘관광지 소비’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전우호 | 입력 : 2026/04/29 [13:53]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풀렸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을 댔고, 소상공인들은 그 물이 골목상권으로 흘러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설악권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 지역의 소비는 단순한 ‘생활 소비’가 아니라 ‘관광 소비’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지원금은 지역 내에서 쓰이도록 설계돼 있지만,

설악권에서는 그 소비가 ‘어디로 집중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관광객이 몰리는 특정 상권, 프랜차이즈, 접근성이 좋은 일부 점포로 소비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작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그 혜택에서 비켜날 수 있다. “소상공인 매장에서 써달라”는 호소만으로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

 

설악권의 특수성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관광 중심 소비 구조의 왜곡이다.

속초, 고성, 양양 일대는 관광객 유입이 많은 대신 소비가 특정 업종과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 이는 지원금 역시 동일한 경로를 따라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지역 전체’가 아니라 ‘일부 상권’만 살아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주민 소비와 관광 소비의 분리 필요성이다.

지원금의 본래 취지는 지역 주민의 소비를 통해 내수를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지에서는 외부 소비가 더 강력한 변수로 작용한다. 따라서 주민 소비를 골목상권으로 유도하는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골목상권의 경쟁력 문제다.

냉정하게 말해, 일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여전히 ‘불편함’을 안고 있다. 결제 시스템, 위생, 가격 투명성, 서비스 품질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지원금이 있어도 소비자는 발길을 돌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지역 내 소비 동선’의 재설계다.

단순히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연결한 ‘지역 소비 코스’를 만들고, 일정 금액 이상 사용 시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소비를 ‘목적지’가 아니라 ‘경험’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디지털 기반의 가시성 강화다.

지원금을 어디서 쓸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도 기반 안내, 추천 상점, 업종별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설악권처럼 관광객과 주민이 혼재된 지역에서는 정보의 가시성이 곧 경쟁력이다.

 

셋째, 골목상권의 서비스 혁신이다.

지원금은 일회성 기회다. 이 기회를 ‘단골’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선이 필수다. 친절, 위생, 가격 신뢰, 지역 특화 상품—이 기본이 갖춰져야 한다. 관광지라는 장점을 살려 ‘지역성’을 강조한 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넷째, 지자체의 적극적 개입이다.

단순 홍보를 넘어 실질적인 소비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역화폐 사용 시 추가 할인, 특정 상권 집중 지원, 전통시장과 연계한 문화 이벤트 등이 그것이다. 정책은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다.

소상공인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협업, 공동 마케팅, 가격 경쟁력 확보 등 자생적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지원금 효과는 일시적에 그친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지원금은 공평하게 지급되지만,

그 효과는 결코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설악권에서 이 지원금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관광 중심의 소비 구조를 넘어

‘지역 주민의 일상 소비’를 골목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왜 돈은 풀렸는데

골목은 여전히 비어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호소가 아니라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는 지역의 현실을 꿰뚫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설악의 골목이 살아나느냐,

아니면 관광지의 일부 상권만 더 번성하느냐.

 

그 갈림길 위에,

지금 이 지원금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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