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설악산 나물이 수출 효자로"… 인제·양양 산나물 가공 클러스터의 글로벌 도전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4/16 [17:55]

[기획보도] "설악산 나물이 수출 효자로"… 인제·양양 산나물 가공 클러스터의 글로벌 도전

전우호 | 입력 : 2026/04/16 [17:55]

2026년 4월 중순, 인제군과 양양군의 산나물 가공 공장들은 24시간 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산지에서 갓 채취한 곰취, 명이나물, 눈개승마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쏟아져 나온다. 과거 인근 전통시장이나 직거래에 의존했던 설악권 산나물이 이제는 최첨단 급속 냉동 기술과 건조 기술을 입고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따는 것보다 파는 것이 기술"… 가공 기술이 바꾼 농가 소득

그동안 산나물은 채취 후 금방 시들어버리는 특성상 장거리 유통이 어려웠다. 하지만 인제와 양양에 구축된 '산나물 가공 클러스터'는 이 한계를 기술로 극복했다. 영하 40도에서 빠르게 얼려 맛과 향을 보존하는 '개별 급속 냉동(IQF)' 기술과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진공 동결 건조' 설비 덕분에, 이제 설악의 봄 내음은 1년 내내 전 세계 어디서든 온전히 만날 수 있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공된 산나물은 원물 대비 부가가치가 최소 5배에서 10배까지 높아진다"며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농가 수취 가격도 안정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K-푸드 열풍 타고 '비건 슈퍼푸드'로 부상

해외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특히 건강식과 채식을 선호하는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설악산 산나물을 'K-비건 슈퍼푸드'로 주목하고 있다. 인제의 한 가공 업체는 최근 미국 대형 마트 체인과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산나물을 활용한 페스토, 장아찌 키트, 즉석 나물밥 등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간편식(HMR) 개발이 성공의 열쇠였다. 이는 단순한 식재료 수출을 넘어 강원도의 미식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의 ‘판로 확대’ 환영 vs 소규모 작목반의 ‘시설 투자 격차’

대규모 가공 시설을 이용하는 농가들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자동화된 클러스터 체제에 합류하지 못한 소규모 고령 농가나 작목반들은 상대적인 소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기계가 다 하니 우리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에 대해, 지자체는 소농들을 위한 '공동 가공 지원 사업'과 '로컬 브랜드 인증제'를 강화하여 대형 가공 업체와 소규모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나물, ‘구휼 작물’에서 ‘글로벌 자산’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주던 설악의 산나물이 이제는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외화 벌이 수단이 됐다. 기술력이 더해진 로컬 푸드는 더 이상 지역에 갇혀 있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원물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제와 양양의 산나물 클러스터가 보여주는 유통 혁신은 대한민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수출형 로컬 비즈니스'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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