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말, 속초항 배후 부지인 중앙동과 청호동 일대. 한때 수산물과 소금 가마니로 가득 찼던 낡은 창고와 방치된 얼음 공장들이 이제는 속초에서 가장 ‘힙(Hip)’한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변모했다. 헐어내고 새로 짓는 개발 대신, 낡은 벽돌의 질감과 녹슨 철문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청년 예술가들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속초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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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지 않고 닦아냈습니다”… 산업 유산에 숨을 불어넣다
속초항 뒤편, 30년간 방치되었던 수산 냉동창고는 이제 거대한 미디어아트 갤러리가 되었다. 높은 천장과 거친 콘크리트 벽면은 그 자체로 훌륭한 캔버스가 되어 속초 바다의 사계절을 투사한다. 이곳에 입주한 한 시각예술가는 “이 건물에 배어있는 비릿한 소금기와 기름 냄새까지도 속초의 역사이자 예술적 영감”이라며, “새것이 줄 수 없는 시간의 깊이가 이곳에는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낡은 선박 수리소는 독립 서점과 카페가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외지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4월의 햇살 아래 펼쳐지는 ‘창고 예술제’
4월을 맞아 이 일대에서는 청년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속초항 창고 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폐창고들 사이의 좁은 골목은 야외 전시장으로 변했고, 밤이면 공장 외벽을 활용한 대형 프로젝션 맵핑 공연이 펼쳐진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낙후되었던 구도심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이후, 주변 상권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청년 예술가의 ‘창작 공간 확보’ vs 원주민의 ‘소외감과 임대료 상승 우려’
청년 예술가들은 저렴한 임대료와 독특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지자체 역시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십 년간 이곳을 지켜온 원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소문난 명소들이 생겨나며 오르는 임대료(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 동네인데 우리만 모르는 잔치 같다"는 일부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속초의 매력은 ‘기억’을 지우지 않는 데서 온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은 과거의 기억 위에 현재를 덧칠하는 작업이다. 속초항의 폐창고들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단순히 건물을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속초의 산업 역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계승한 것이다. 이 흐름이 지속되려면 예술가들과 원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4월의 속초항, 낡은 창고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예술의 향기가 속초를 더 깊고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