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 사업이 아니다. 27년째 답보 상태인 이 노선은, 동해안 교통망의 마지막 퍼즐이자 설악권 발전의 시험대다. 하지만 이 중요한 기반시설이 여전히 정치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문제다.
속초에서 고성까지 40여km. 이 짧은 거리 하나를 연결하지 못해, 고성은 여전히 ‘교통 오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관광객 수는 10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도로망은 여전히 국도 7호선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상황은 이미 일상이 됐다. 이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한계다.
이 노선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변수’다. 경제성, 관광 수요, 생활권 통합 등 사업 추진의 명분은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도 예타(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가 매번 불투명한 이유는, 이 사업이 순수한 공공 인프라라기보다 ‘정치적 카드’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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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주목할 인물이 있다. 김진태.
그는 이번 사업을 ‘SOC 8전 8승’ 흐름 속 핵심 과제로 설정하며 예타 통과를 위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속초~간성 구간을 1단계로 우선 추진하는 전략도 내놨다. 이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지금인가.
김진태 지사는 최근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후 지역 내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고, 정책 성과를 가시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속초~고성 고속도로 추진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물론 정치인이 지역 발전을 위해 기반시설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추진이 ‘공공의 필요’보다 ‘정치의 필요’에 더 가까워질 때다. 기반시설은 특정 시점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속초~고성처럼 수십 년간 누적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핵심 사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이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서 사업은 매번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서 피해를 본 것은 주민과 지역 경제였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속초~고성 고속도로는 ‘누가 추진하느냐’가 아니라, ‘왜 필요한가’로 판단해야 한다.
설악권은 이미 관광 수요, 생활권 통합, 광역 교통망 구축 등 모든 측면에서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이 명확한 지역이다. 설악권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강원 영동권 경제의 중심축이다. 이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 하나가 열리면, 고성에서 강릉까지, 나아가 동해북부선 철도와 연결된 ‘십자형 교통망’이 완성된다.
이건 단순한 시간 단축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국가 균형 발전을 실현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 사업은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대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타 역시 단기 수익성만이 아니라, 관광 수요, 생활권 통합, 안보적 가치까지 포함한 종합적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김진태 지사의 움직임이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공공의 필요’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 추진은 환영받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특정 시점의 정치적 상황에 맞춘 행보라면, 우리는 그 의도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반시설은 한 번 놓이면 수십 년을 간다.
정치는 4년이지만, 도로는 40년이다.
속초~고성 고속도로는 누가 성과를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길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