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밀리는 병원.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마음은 어떨까. 환자를 돌보는 손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는 상황. 속초의료원에서 벌어진 임금 체불 사태는 단순한 경영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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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강원도가 20억 원 규모의 긴급 융자와 65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여기에 장례식장 임대사업 낙찰까지 더해지며 미지급 공사대금 해결의 실마리도 마련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상화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멈추면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이 진짜 질문을 던져야 할 순간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공공의료기관의 적자와 임금 체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의료원 상당수가 구조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수익은 제한적인데, 공익적 역할은 계속 확대된다. 응급의료, 취약계층 진료, 감염병 대응이 모든 기능은 수익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그 결과 적자는 필연처럼 따라붙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적자가 쌓이면 결국 어떻게 해결되는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다.
이번 속초의료원 사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 투입으로 임금 체불을 해소하고, 운영을 정상화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근본 해결이라기보다 ‘연장된 유예’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공공의료에 대한 ‘정직한 비용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공의료를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영역”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적자를 방치한 채 사후적으로 메우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책임 구조도 불명확하게 만든다. 공공의료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그에 따른 비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 반복될수록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였는가”다. 단순히 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어디에 쓰이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원은 ‘습관’이 되고, 구조 개선은 뒤로 밀린다.
셋째, 수익 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장례식장 임대사업처럼 부대사업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의료 서비스와 직접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발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넷째, 인력 구조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의료원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인건비다. 특히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재정 압박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의료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배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공공의료를 ‘시장 논리’로도, ‘선의’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지금까지는 적자가 나면 지원하고, 문제가 생기면 봉합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공공의료는 필요하지만, 그 필요를 감당하는 구조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이번 속초의료원 사태는 하나의 경고다.
재정 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라, 신호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신호를 구조 개혁으로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임시 처방으로 끝낼 것인가는 이제 정책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임금이 밀리지 않는 병원,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공공의료,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의료진.
그것이 정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상화’라는 말이 아니라,
그 정상 상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