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방선거의 첫 번째 책임, “후보를 제대로 걸러내라”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6/03/13 [15:25]

[데스크칼럼] 지방선거의 첫 번째 책임, “후보를 제대로 걸러내라”

전우호 | 입력 : 2026/03/13 [15:25]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정치권은 늘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다. 당원들이 모여 필승을 다짐하고, 출마 예정자들은 지역 발전을 이야기하며 결의를 다진다. 최근 강원 양양에서도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이양수 의원이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승리를 다짐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공정과 존중의 원칙 속에서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서약도 했다. 선거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역시 지방선거 후보 면접 심사에 돌입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공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정당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검증’과 ‘경쟁’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면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이 정치권에 진짜로 바라는 것은 단순한 필승 결의나 형식적인 검증 절차가 아니다. 훨씬 더 단순하고도 절박한 요구다. “제발 자격 없는 후보는 공천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와 다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국가의 큰 방향을 결정하지만, 지방선거는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다. 시장은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방의원은 예산과 정책을 감시한다. 도로 하나를 어디에 낼지, 지역 축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도시 개발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같은 문제들이 모두 이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공천 과정이다. 정당이 어떤 사람을 후보로 내느냐에 따라 선거의 결과뿐 아니라 도시의 미래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 북부 지역인 속초, 고성, 양양, 인제 같은 지역에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더욱 크다. 인구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관광, 접경지역 안보, 지역 경제와 같은 복합적인 과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일수록 단순히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 있게 이끌 인물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매번 비슷한 실망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선거가 시작되면 지역사회에서는 늘 이런 말이 나온다. “왜 저 사람은 또 나오느냐”,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이다. 도덕성 논란이 있는 후보, 지역사회 갈등을 키운 인물, 공직자로서 준비가 부족한 인물들이 공천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치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지만, 자격 없는 경쟁이 반복되면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같은 질문을 정치권에 던지고 있다. 정당이 정말로 능력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조직과 계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를 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국민의힘은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역시 면접 심사를 통해 후보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말만 보면 모두 옳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천 결과가 그 약속을 실제로 증명하느냐다.

 

정당은 때때로 시민을 쉽게 생각한다. 선거가 다가오면 구호와 조직으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시민들은 후보를 훨씬 더 가까이에서 본다. 누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공천은 더 엄격해야 한다. 정당이 외면한 문제를 결국 시민들이 투표로 심판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정치권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좋은 후보를 내는 것이다. 화려한 선거 전략이나 구호보다 그것이 훨씬 강력하다. 반대로 자격 논란이 있는 후보 한 명이 선거 전체를 무너뜨리는 경우도 많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능력 없는 후보, 도덕성 논란이 있는 후보, 지역에서 지탄을 받는 후보는 제발 공천 단계에서 걸러달라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축제는 기본적인 질서와 품격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좋은 도시를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 좋은 사람을 공직에 세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그 공은 정치권의 손에 넘어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시민의 기대를 담은 경쟁이 될지, 아니면 또 한 번 실망을 남기는 선거가 될지는 결국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어느 한 정당이 아니라, 선거에 후보를 내는 모든 정당에게 똑같이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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