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인력 배치와 현장 점검 등 선제적 조치 환영하나 ‘숫자’와 ‘실적’에 취하는 것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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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을 맞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병선 시장이 직접 9개소의 현장을 돌며 감시원들을 격려했고, 드론을 포함한 100여 명의 인력을 배치해 물샐틈없는 감시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민관군 협력체계도 가동했다. 행정의 발 빠른 대처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보도자료 행간에 숨어 있는 묘한 자신감, 특히 “최근 6년간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문구는 안도감보다 서늘한 불안감을 준다.
재난 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무능이 아니라 ‘방심’이다. ‘6년 무사고’라는 실적은 치하해야 할 성과지만, 동시에 가장 경계해야 할 ‘독이 든 성배’이기도 하다. 대형 산불은 늘 “우리는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그 찰나의 빈틈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인의 시각에서 몇 가지 쓴소리를 보탠다.
첫째, ‘사람의 눈’에만 의존하는 재래식 대응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시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 35명과 감시인력 100명을 배치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인력 투입은 중요하다. 하지만 동해안 산불의 주범인 ‘양간지풍’은 사람의 걸음보다 수십 배 빠르다. 100명의 감시원이 넓은 산림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드론 감시원을 운영한다고는 하나, 보여주기식 운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야간과 강풍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탐지가 가능한 첨단 장비의 비중을 높이고, 인력은 감시보다 ‘초동 타격’에 집중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숫자가 많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둘째, 시장의 현장 순시는 ‘격려’를 넘어 ‘점검’이어야 한다. 이 시장은 2일 현장을 돌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현장 방문이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한 요식행위로 끝나선 곤란하다. 시장이 챙겨야 할 것은 감시원들의 사기 진작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 발생 시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민관군 협력 매뉴얼이 서류가 아닌 현장에서 즉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지독한 디테일’이다. 협약식 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상황에서의 1분 1초다.
셋째, ‘6년 무사고’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지 말라. 시민의 협조로 6년간 산불이 없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행정의 치적으로 포장되는 순간, 긴장감은 풀어진다. 산불은 100번 잘 막아도 단 1번 뚫리면 모든 것을 앗아간다. 6년의 행운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보도자료를 통해 실적을 자랑하기보다, “언제든 불은 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속초시의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화마는 보도자료를 읽지 않는다. ‘경계’ 단계 발령은 행정 문서상의 단어가 아니라, 현장의 피 말리는 긴장감이어야 한다. 부디 속초시가 ‘무사고 기록’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말고, 오늘 당장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절박함으로 봄철 산불 전쟁에 임해주길 바란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예방 다짐이 아니라,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 그 자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