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인구 2만 명 붕괴 위기… 고성군 ‘지역 소멸 대응’ 100억 사활 건 승부수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5/12/22 [13:59]

[심층리포트] 인구 2만 명 붕괴 위기… 고성군 ‘지역 소멸 대응’ 100억 사활 건 승부수

전우호 | 입력 : 2025/12/22 [13:59]

대한민국 최북단 고성군의 인구 시계가 멈추기 일보 직전이다. 2025년 12월 현재, 고성군 인구는 2만 7천 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나, 청년층 유출과 자연 감소가 겹치며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인구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고성군은 2026년 본예산에 지역 소멸 대응 기금 100억 원을 집중 편성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우려가 깊다.

 



‘워케이션’과 ‘청년 주택’, 유입인가 일시 체류인가

고성군이 내세운 핵심 전략은 ‘워케이션(Workation)’ 인프라 확충과 ‘청년 공유 주택’ 조성이다. 외지 청년들이 고성의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일하며 머물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일시적으로 머무는 ‘관계 인구’가 실제 고성에 주소를 두고 세금을 내는 ‘정주 인구’로 전환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간 제공만으로는 청년들을 고성에 묶어두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텅 빈 마을에 지어지는 건물들… 소프트웨어의 부재

예산의 대부분이 건물을 짓거나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하드웨어 사업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성군 간성읍의 한 주민은 “마을에 청년들이 놀 곳, 일할 곳이 없어서 떠나는데 건물만 번듯하게 짓는다고 돌아오겠느냐”며 “정작 필요한 건 아이를 낳아도 믿고 맡길 소아과 한 곳, 교육 시설 한 곳이다”라고 꼬집었다. 하드웨어 중심의 예산 편성이 ‘업자들만 배 불리는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해관계자 분석: 행정의 ‘절박함’ vs 주민의 ‘냉소’

고성군 행정당국은 “지금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군 자체가 사라질 판”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100억 투입은 중앙정부의 지역 소멸 대응 기금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반면,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원주민들은 외지 청년들에게만 쏠리는 지원 혜택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떠나려는 사람 잡기보다 있는 사람 안 떠나게 하는 게 먼저 아니냐”는 냉소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접경지역의 한계와 기회: 안보를 넘어 생태로

고성은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개발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점이 ‘가장 고성다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군사 규제에 묶여 보존된 천혜의 생태 자원을 활용해 단순 관광이 아닌 고부가가치 생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0억의 예산을 낡은 안보 관광지 보수가 아닌, 미래형 생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숫자’가 아닌 ‘삶’의 질에 집중해야

인구 2만 명 붕괴를 막는 것은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숫자를 유지하는 일이 아니다. 고성군이 던진 100억 원의 승부수가 ‘먹튀’ 예산이 되지 않으려면, 외지인 유입 정책과 원주민 정주 여건 개선 사이의 정교한 균형이 필요하다. 고성이 진정으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도시가 되려면, 화려한 조감도보다 한 명의 아이라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 인프라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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