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속초시 예산 5,400억 확정… "빚내서 국비 따오기" 재정 건전성 빨간불

전우호 (chacha167@naver.com) | 기사입력 2025/12/18 [16:39]

[심층 리포트] 속초시 예산 5,400억 확정… "빚내서 국비 따오기" 재정 건전성 빨간불

전우호 | 입력 : 2025/12/18 [16:39]

속초시의회가 2026년도 본예산을 5,413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도비 확보액이 2,0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정작 속초시의 재정 성적표를 들여다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외부 자금 수혈에만 의존한 나머지 시의 자체적인 재정 조절 능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매칭 펀드'의 함정: 국비가 늘수록 시 곳간은 빈다

이번 예산 확보의 이면에는 '매칭 펀드(국비 지원 시 지자체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라는 독이 든 성배가 숨어 있다. 국비를 10억 따오면 속초시는 최소 3억에서 많게는 5억 원의 시비를 반드시 보태야 한다. 문제는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몰리면서 시가 부담해야 할 매칭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결국, 시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쓸 수 있는 '가용 예산'은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재정 자립도 10%대 고착화… "중앙정부 하청 기관인가"

속초시의 재정 자립도는 수년째 1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살림살이 중 자체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일부라는 뜻이다. 12월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 시의원은 "국비 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속초시의 특수성이 무시된 채 정부 지침에 따른 사업들만 줄을 잇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속초시가 중앙정부의 사업을 대행하는 하청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빚내서 갚는 악순환, 지방채 발행의 유혹

부족한 매칭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빚) 발행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2025년 하반기 들어 속초시의 채무 잔액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당장은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지역 경기가 부양되는 착시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차기 행정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다.

 

 

이해관계자 분석: 건설업계의 기대 vs 시민사회의 불안

지역 건설업계는 대규모 국비 사업 발주를 반기며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토목 공사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보육, 교육, 문화 예산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삭감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예산안에서 민생과 직결된 소규모 주민 불편 해소 사업비는 국비 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대거 뒤로 밀려났다.

 

 

'자생적 성장 모델' 없이는 사상누각

결국 '역대 최대 예산'이라는 타이틀은 속초시가 풀어야 할 숙제만 더 무겁게 만들었다. 외부 자금 확보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속초항 크루즈 산업이나 로컬 콘텐츠 기반의 자체 수익원을 발굴해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남의 돈으로 쌓아 올린 5,400억 원의 성벽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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