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 세계를 휩쓰는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열풍이 설악권의 실물 경제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스마트폰 클릭 몇 번이면 해외 직구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파격 할인을 누릴 수 있는 시대, 지역 소비자들의 지갑이 서울이나 해외로 향하면서 설악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자금 역외 유출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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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 때 누가 동네에서 사나”... 텅 빈 골목상권
11월 하순, 속초의 한 가전 매장과 의류 상점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지역 상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속수무책이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A씨는 “11월은 원래 비수기지만, 요즘은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사니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지역 내에서 돌아야 할 돈이 전부 대기업 플랫폼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매년 심화되는 ‘자금 역외 유출’… 지역 경제 기초 체력 저하
설악권 4개 시·군의 소비 패턴 분석 자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타 지역 온라인 결제 비중은 평월 대비 약 20% 이상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 내에서 창출된 소득이 다시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외부로 유출되는 ‘역외 유출’ 현상은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다. 특히 대형 쇼핑 시즌이 집중된 11월은 지방세수 증대나 고용 유지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로 꼽힌다.
소비자의 ‘선택권’ vs 지역의 ‘생존권’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는데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말한다. 반면, 지역 상인회와 지자체는 “지역 소비가 죽으면 결국 지역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상생을 호소한다. 지자체들은 11월 한정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 확대나 전통시장 페이백 이벤트 등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온라인의 거대한 할인 폭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착한 소비’를 넘어선 ‘매력적인 소비’ 환경 구축해야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애향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11월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상권 스스로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해야 한다. 지자체는 온라인 배달 플랫폼과 연계한 지역 상권 입점 지원을 강화하고, 상인들은 지역 특색을 담은 단독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자금이 밖으로 새는 것을 탓하기 전에, 설악권 안에서 돈이 돌 수 있는 ‘매력적인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