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0가정만 떠난 ‘제주 힐링’, 나머지 다문화가정은 ‘그림의 떡’인가

전우호 (woogongws@nate.com) | 기사입력 2025/11/17 [15:52]

[데스크 칼럼] 10가정만 떠난 ‘제주 힐링’, 나머지 다문화가정은 ‘그림의 떡’인가

전우호 | 입력 : 2025/11/17 [15:52]

2박 3일 반짝 여행으로 깊은 갈등이 치유되나…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보다 일상의 고단함 덜어줄 지속적 지원 절실

 


속초시가족센터가 다문화가정 10곳을 선정해 2박 3일간 제주도 힐링캠프를 다녀왔다. 센터는 이번 여행이 "가족 간 소통과 유대를 회복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참여한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의 행복한 순간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화려한 '제주도행 티켓'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속초시에 거주하는 수많은 다문화가정 중 단 10가정에게만 주어진 '로또' 같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선정되지 못한 대다수 가정에게 이번 행사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세금을 들여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과연 보편적 복지라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의 '반짝 힐링'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부 갈등, 자녀 교육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삶의 무게는 몇 장의 예쁜 사진으로 가려질 만큼 가볍지 않다.

 

속초시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예산을 쏟아붓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수천만 원이 들었을 제주도 여행 경비라면, 더 많은 다문화가정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어 심화 교육, 직업 훈련, 상시적인 가족 상담, 자녀 학습 지원 등 일상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지역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돕는 '지속 가능한 지원'이 절실하다. 화려한 일회성 행사의 플래시가 꺼진 뒤, 어두운 방 안에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또 다른 이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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